#006. 에반 올마이티 "기독교 색채가 영화를 집어삼키다"
감상평/영화
2020. 1. 4. 02:07
- 영화 '에반 올마이티'는 2003년에 개봉한 '브루스 올마이티'의 스탠드 얼론 시퀄[ex. 응답하라 시리즈]으로 2007년에 개봉했다. 성경이라는 배경 지식이 없음에도 편히 시청할 수 있었던 '브루스 올마이티'에 비해 '에반 올마이티'는 기독교적 색채가 짙게 드러낸 만큼 개그 색채가 옅어져 흥행에 크게 실패한 작품이다. 실제로 이 작품을 찍은 톰 새디악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 '아이 엠'까지 3년이 걸렸고, 그 다음 영화인 '브라이언 뱅크스'까지는 8년이 걸렸다. 사고를 당해 뇌진탕 후 증후군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는 하는데, 이 부분은 TMI가 될 거 같으니 패스.
- 영화는 '브루스 올마이티'에 등장했던 에반 백스터가 하원 의원이 된 뒤 신의 계시를 받고 방주를 짓는 이야기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노아의 방주에 대한 이야기를 현대 시점에 맞춰 개그 장르로 재해석을 한 작품인데, 그렇게까지 임팩트가 있는 개그 장면은 드물다. 간혹 에반의 비서들 중에서 조연급 비중이 있는 3인방의 멘트에서 피식할 뿐, 개그 영화로 소개하기에 민망한 수준이다.
- 그렇다면 이 영화는 교훈을 제대로 줄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 또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떠올리기 애매하다. 신은 모든 인류를 사랑한다? 만물을 사랑해라? 환경을 보존하자? 어떤 방향으로도 명확하게 교훈을 못 주는 영화가 되어버린 것이다. 가족 간의 사랑과 화목에 중점을 두기에는 이들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신의 역할이 너무 강하다 못해 전부 다 혼자 해먹어서 크게 와닿지가 않는다. 작정하고 기독교적 내용을 전파하기 위한 영화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 처음부터 영화에서 성경 구절을 강조한다 "창세기 6장 14절". 영화에는 "GEN 6:14"라고 나오는데, 저 글귀가 계속 튀어나온다. 자동차 등록 번호판을 비롯해서 온갖 것에서 창세기 6장 14절이 강조되어 각인을 시킨다. 근데 TV에서 창세기 6장 14절이 나오자마자 성경을 찾아서 글귀를 읽는 장면은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 뒤에 신이 나타나서 방주를 만들라고 하는데, 거기에 대해서 영화에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다보니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대체 에반의 수염이 계속 자라나는 것이고, 의상은 멋대로 거적을 입히며, 머리카락은 계속 자라다 못해 마지막에 백발로 박아두는 건 무엇인가.
- 작중 에반의 행동에 부인은 세 아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답답함을 우연찮게 신과 얘기하게 되는데, 그 신이 너무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해결해버려서 가족 간의 갈등 해소에서 찾아오는 감동도 부족하다. 아니, 그냥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기껏 하원 의원이 되었는데 방주를 짓는다고 부부 관계까지 삐걱거리던 게 전지전능한 누군가의 힘에 의해 해소되었다고 봐야 하나... 좀 그랬다.
- 결국 대홍수까진 아니더라도 댐이 무너져서 마을이 물에 잠겼고, 방주에 많은 사람들을 태우게 되어 사람들을 구하게 된다. 방주가 흘러가는 장면에서 에반이 받은 자동차도 물에 잠겨 박살이 나는 장면이 스쳐 지나가는데, 신이 내린 에반의 역할이 온전히 끝났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보인다. 그게 너무 드러나지 않아서 문제였고, 전체적으로 무엇을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는 게 문제라서 그렇지...
- 만약 이 영화를 접한다고 할 때, 본인이 종교색이 짙은 내용에 대해 거부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지를 잘 파악하고 영화를 시청함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지 않으면 개그와 교훈을 둘 다 놓쳐서 애매하다 못해서 신학의 전파 외에는 남은 게 없는 이 영화를 보고 아무것도 남지 않으니까 말이다. 신이 피부색이 까맣다는 점? 그건 이미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썼으니 의미가 없다. 투자비용에 비해 거둔 것이 짜고 모든 부분에서 애매한 작품인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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